“믿을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믿고 싶지가 않아요.”
과학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었다. 15일 저녁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한 과학자들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만일 사실이라면 한국 과학, 나아가 과학 자체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아줄기세포가 없음을 직접 확인한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오늘은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國恥日)”이라며 참담한 반응을 보였다.
과학계는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세계 과학계가 ‘대한민국’ 브랜드 자체를 불신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신재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한국 과학계가 입을 타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과학자들은 해외 학회지에 논문을 낼 때 수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황 교수가 과학과 윤리의 기본적인 상식을 져버린 셈이지만, 과학자의 윤리 문제는 과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과학계의 토론과 자정노력을 통해 문제가 수습되기를 희망했다.
서울대에서 구성을 추진 중인 줄기세포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돼온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황 교수팀에게서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안규리 교수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황 교수팀의 2005년 연구 결과에 대한 진위 여부와 윤리위반 사실은 물론 정부 지원 연구비의 사용 내역까지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문의 연구비를 지원한 과학기술부 김정희 생명해양심의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된 상태지만 과학자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이 입을 충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난자 채취와 관련한 윤리 논쟁이 일었을 때도 해외 학회에서 일시적이나마 한국 논문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해 많은 과학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서울대에서 조사를 하기도 전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다니 믿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서울대 측의 검증은 계속돼야 하며, 구체적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는 “누가 어떻게 말하든, 아직도 줄기세포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황 교수의 평소 성격이나 논문 내용을 봤을 때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성체줄기세포 권위자인 가톨릭의대 김동집 명예교수는 “과학은 사람의 말로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험 결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줄기세포가 없다면 우리나라 과학은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겠지만,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아무 말이나 판단도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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