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의 과거 연구 업적들이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논문이 조작됐음이 확인되면서 그 ‘바탕’ 격이었던 지난해 2월 사이언스 논문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영국의 과학저널 ‘뉴 사이언티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 바이오 기업 ‘어드벤스드 셀 테크놀로지’ 마이크 웨스트 최고경영자의 말을 빌어 “2004년 논문에 게재된 DNA 지문이 기묘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이 같은 현상은 사진을 조작할 때 생기는 것”이라며 “사진을 편집할 경우 조작 여부와 방법이 논문에 명시돼야 함에도 지난해 논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 논문에서 발표한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자체가 거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지난해 논문에 쓰인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제1호’가 배아복제가 아니라, 난자가 자체적으로 분열한 처녀생식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가 ‘난자+난자 공여자의 체세포’로 이뤄진 반면, 처녀생식은 난자 홀로 배아로 자라난 방식이다.
곤충의 번식 방식으로 알려진 처녀생식은 이론적으로 인간 난자에서도 가능하다. 올해 9월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정자 없이 인간 난자로부터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 인간 난자의 처녀생식 가능성을 증명했다. 줄기세포 단계까지 분열하지 못했지만 연구 책임자인 에든버러대 폴 드 소사 교수는 당시 “(줄기세포 분화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 교수의 논문에도 처녀생식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 지난해 논문은 “우리는 이 줄기세포가 처녀생식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DNA 분석 결과 체세포 복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쓰고 있다. 한 젊은 생명과학자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논문의 정확성을 강조하기 위한 통상적 절차”라면서 “처녀생식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해서 줄기세포가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복제 개 스너피와 복제 소 영롱이에게도 의심의 화살이 겨눠지고 있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태어난 복제 소 영롱이는 황 교수가 관련 논문을 내지 않아 가짜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는 “세계 첫 복제소가 아닌 만큼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경우 통상적으로 후속연구를 통해 가치 있는 논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우병 내성소가 발표 시기(2003년)보다 늦게 태어났다는 일부의 의심도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면서 “당시부터 우리 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황 교수의 연구 결과를 받아 후속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복제 개 스너피의 경우 복제한 개까지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DNA 검사를 통해 쉽게 진실 여부를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과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연구원 난자 기증부터 시작해 올해 줄기세포 논문의 결함까지, 황 교수의 정직성 자체가 이미 큰 흠집을 입은 형국이다.
콜럼비아대 의학센터 제럴드 피시마흐 부센터장은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줄기세포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그가 학생 시절부터 냈던 모든 논문을 의심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버드대 신경생물학과 스티븐 하이맨 박사도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아직 평가를 내리지 않겠다”면서도 “과학적 연구 결과를 한번 조작했던 사람은 여러 번 거짓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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