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사상 초유의 ‘미즈호증권 사태’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미즈호증권측의 실수에 편승해 막대한 금액을 챙겼던 다른 증권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익을 반환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일본증권협회는 15일 미즈호증권이 ‘1주 61만엔 팔자’를 ‘1엔 61만주 팔자’로 잘못 입력한 것을 알면서도 자체 구좌로 주식을 매집한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매매차익의 반환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 등이 최대수혜자로 지목한 모건스탠리 재팬과 UBS증권그룹을 비롯한 유럽ㆍ미국계 증권사 4곳과 노무라 증권 등 총 6개의 증권사는 이 요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6개 증권사가 거둬들인 매매차익 만 161억엔(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들도 결국은 이익을 모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반환된 돈은 투자자보호기금 등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 내에서 “동종업종의 실수를 이용한 비열한 이익 추구”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다. 미즈호증권의 실수에 쾌재를 부르며 ‘한 몫 잡겠다’고 덤벼든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14일 “과정이 어떠했든 지 매매가 성립한 거래를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은 일본이 금융 후진국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감정론을 자유로운 자본시장에서 성립한 계약 보다 우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의 가해자는 미즈호증권과 도쿄증시인데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끝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장 참가자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불만이 분출하고 있어 일본 증시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던 미즈호증권 사태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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