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흥겹게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짜증스러운가? “크리스마스날 뭐해?” 라는 질문에 슬쩍 열이 오르는 싱글 여성이여. 12월을 정녕 잔인한 달로 만들고 말 것인가?
최근 연애 상담 사례를 모아 ‘캣 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뜨인돌)를 출간한 임경선(33)씨의 도움을 받자. 아니나다를까, 2005 크리스마스를 잘 넘길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 나 홀로 크리스마스만은 정말 싫다면?
일주일전 작업에 들어간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그’가 있다면 얘기는 훨씬 쉬워진다. 술렁이는 연말 분위기를 틈타 살짝 작업에 들어가면 되니까. 서로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이참에 다음 스텝으로 이동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나 거절 당할 것이 두렵다면 만약에 대비해 ‘도망 갈 구석이 있는’, 약간은 소심한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 남자로 하여금 ‘크리스마스에 같이 있을래요?’라는 말을 유도해 내는 것. 간단치 만은 않다.
임씨가 제안하는 가장 간편한 법은 “이번 주에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는 것. 그렇다. 올 크리스마스는 다행히 주말.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빼고도 상대의 스케줄을 파악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혹시 상대가 일에 빠져 사는 남자이거나, 직접 데이트 신청을 할 자신이 없는 여자라면 미리 부담없는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괜찮다. 이것은 데이트 신청을 유도해 내는 법. “○○씨는 너무 바쁜 것 같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가져왔어요” 라는 가벼운 멘트를 날리며 자연스럽게 건네자. 여기서 핵심은 선물이 먹을 것 정도로 아주 작아야 한다는 점.
만난 지 얼마 안 된 어정쩡한 관계인데 아직도 크리스마스 날에 대한 얘기가 없어 살짝 불안하다고?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전에 우리 몇 번이나 만나게 될 까요?” 식의 멘트로 떠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짝 찾기에 성공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데이트 법칙이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장기전에 돌입하고 싶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당연지사.
먼저 크리스마스 선물에 집착하지 말자. 사귄 지 얼마 안됐는데 비싸거나 너무 개인적인 것(옷 등)을 선물하는 것은 별로다. 평소에 그가 필요로 했던 것이나 갖고 싶어했던 것을 기억했다가 선물하는 센스를 보여라.
만약 그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해도 섭섭해 하지 말고 준비한 것은 주면 된다. 남자는 의외로 선물에 둔 할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뭔가 계속 허전하다고? 데이트 중에 “오늘을 기념할 만한 뭔가를 갖고 싶어”라며 어린 아이처럼 곰인형을 사달라며 졸라 보자.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같이 있는 동안 “당신과 있어 너무 기쁘고 즐겁다”는 마음은 수시로 표현하자. 이 때는 말로 직접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플러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금물이다. 관계의 진전이 지나치게 빨리 돼서 크리스마스 후 감당이 안될 수도 있으니까.
관계가 앞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가급적 적당한 시간에 깔끔하게 귀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냥 아쉽게만 하면 안 된다. 헤어질 때는 “우리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여기 같이 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미 심장한 한마디를 꼭 흘려둘 일.
▦ 남자 친구도 싫고, 그렇다고 여자 친구도 만나기 싫다면?
좌절할 것 없다. 싱글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받아들이자. 우울하게 이불 뒤집어 쓰고 하루 종일 깨지 말기를 바라지만 말고 교회 예배나 성당 미사에 간다. 찬송가를 부르며 근엄한 분위기에 잠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에 있고 싶다면, 늦었지만 지인들에게 새해카드를 쓰면서 잊었던 인간 관계를 돌이켜보는 것도 괜찮다.
▦ 갑자기 뭔가 하고 싶다면?
싱글 여자는 데이트 약속이 없다는 것을 굳이 말하기 싫어서, 아니면 여자들끼리 있는 게 더 처량해 보여서 아예 친구들과도 약속을 안 잡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그래서 일부러 서로 계획을 안 묻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다들 혼자 방에서 뒹구는 경우가 태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뭐라도 하고 싶다면 메신저를 띄워 보라. 온(on) 상태의 상대는 분명 혼자 있다는 신호다. 번개를 쳐라. 멤버에 따라 계획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 있을 수 있다.
▦ 임경선씨는?
남미와 유럽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서강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후 십 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연애와 커리어 관리에 대한 칼럼을 여러 일간지에 연재했다.
2002년도에 칼럼집 ‘러브 패러독스’를 냈고 MBC FM ‘김C스타일’에서 연애 상담을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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