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자금 수사 이후 여전히 사용처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수백억원대 삼성채권의 일부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통해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
여당측이 그 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로 밝혀진 15억원 외에 추가로 불법자금을 받은 것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의원이 이번에 드러난 채권 외에 추가로 채권을 더 받았는지를 조사 중이다.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14일 이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중수부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선 전인 2002년 11월 이전 삼성측으로부터 5억~10억원의 채권을 받아 대학 후배인 최모(40)씨를 통해 현금으로 바꾼 뒤 곧바로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의원의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인데 이미 공소시효(3년)가 지나 형사처벌이 어렵다”며 “이 의원이 이를 개인적으로 썼을 경우 횡령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단서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2년 대선 전 이 의원의 부탁을 받고 이 의원이 건넨 채권 액수만큼의 현금을 제공했으며 이 의원은 이를 당시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으로 전달했다.
이후 최씨는 이 채권을 사채업자에게 넘겼고 사채업자가 지난해 7월 이를 금융기관을 통해 현금으로 바꾼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사채업자에서부터 채권 흐름을 역추적해 최씨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최씨가 그 동안 베트남에 체류하며 귀국을 미뤄 조사하지 못했다. 최씨는 12일 귀국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연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이 의원을 상대로 삼성채권을 받은 경위와 현금화 및 대선자금 제공 과정을 조사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의원 추가 소환 계획은 없으며 이 달 안에 삼성채권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서둘러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을 계산해 그 동안 외국에 도피 중이던 최씨가 귀국했으며 검찰이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2002년 대선 전 사들였다고 추정되는 800억원대 채권 중 정치권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330억원 어치를 뺀 나머지 채권 중 수억원이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종료 후 채권시장에서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추적해 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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