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줄을 잇고 있는 미국의 북한 때리기 기세가 심상치 않아 걱정스럽다.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대사의 북한 범죄정권 발언에 이어 엊그제는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차관이 “북한 정권은 미래가 없다”면서 대북 추가금융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의 추가 금융제재 언급은 미 재무부가 미국 금융기관들에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토록 권고하는 조치로 현실화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뒤질세라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달러를 위조하고 국민을 굶겨 죽이는 나라”라고 가세했다.
이쯤 되면 미국의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당국이 개입된 위조달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 강경파 인사들의 평소 대북 인식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9ㆍ19 북핵 공동성명’ 채택 전후 유연해졌던 미국의 대북 자세가 미 행정부내 강경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강경 기조로 회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진짜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미국의 대북 압박이 북핵 문제 등 당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핵 문제를 6자회담 틀에서 외교ㆍ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해왔다. 이런 합의가 유효하다면 지금은 6자회담의 동력을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협상 상대를 범죄정권이라거나 미래가 없는 정권이라고 몰아치면서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부의 발언에 유난히 민감한 북한을 자극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
북미관계 악화는 필연적으로 한미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십상인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면 보다 지혜롭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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