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의 도청정보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주례보고서 내용에 일부 포함됐으며,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도 보고돼 정치 사찰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YS 정부 출범 후 재건된 2차 미림팀은 국내 주요 인사들의 대화내용을 1,170회 가량 엿들었으며, 도청 대상자의 연인원은 5,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143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검찰은 미림팀 도청테이프 중 하나인 ‘X파일’에 담긴 삼성의 1997년 대선자금 제공 사건과 관련, 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삼성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고발된 당시 대선후보 이회창, 김대중씨 등 정치인과 명절 떡값 수수 혐의를 받은 전ㆍ현직 검찰 간부들에 대해서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뇌물죄의 공소시효도 지났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그러나 X파일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운영 전 미림팀장의 자택에서 압수한 도청테이프 274개에 담긴 도청대상자의 직업, 도청장소, 주요 도청사안 등을 분류해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직업별로는 정치인이 2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주요사안별로는 15대 대통령 선거 관련 여야 후보 동향(106건), 95년 국민회의 창당 관련 동향(8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관련 동향(10건), 12ㆍ12, 5ㆍ18 사건 수사 동향(17건)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그러나 도청테이프 274개의 구체적 내용을 단서로 수사하지는 않기로 했다.
국정원 시절 도청과 관련, 임동원ㆍ신건 전 원장과 김은성 전 2차장을 구속 기소한 검찰은 감청부서인 8국장을 지낸 김모씨 등 전직 고위 간부 3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나머지 안기부와 국정원 감청부서 실무진은 전원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