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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AS

입력
200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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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전송된 사진 한 장은 동아시아의 현정세를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아세안(ASEAN)+3 정상회담 장면을 전한 이 사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동안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혼자서 멀뚱히 앉아 있었다.

신사참배나 미국과의 유착으로 일본과 한중 사이의 친소 관계를 극명하게 전한 이 사진은 가장 압축적인 기사라 할 ‘사진 저널리즘’의 힘을 알게 해 주었다.

■3년 여 간의 모색 끝에 어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정식 출범했지만 그 정체성이나 기능, 역할이 어떨지는 사진에서 나타난 한중일 3개국 정상들의 표정에서 느끼듯 매우 유동적이다. 지역협력체제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 지역이라는 동일성을 빼면 서로 다르게 얽히고 대립하는 요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그릴 수 있지만 문화적 지정학적 다양성과 이질성, 특히 국가 간 갈등관계를 대입하면 EU와는 차이가 나도 크게 난다. 확실한 것은 아시아를 무대로 한 세력재편과 경쟁의 치열함이다.

■EU는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의 끈질긴 주도에 힘 입은 바가 크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의 두 강대국 중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견제하고 다투는 경쟁 국가들이다. EAS 출범과정에서 두 나라가 벌인 신경전은 가입국이 16개국으로 늘어난 데서 웅변된다.

EAS라는 발상을 처음으로 내놓은 사람은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 당초 그의 생각에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배제돼 있었으나 이번에 뜬 EAS 회원국은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그리고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6개국으로 확대됐다. 어느 일방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제와 균형의 과정이 물타기로 희석된 결과이다.

■동아시아의 동질감은 1997년 외환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싹텄다. 이후 아세안에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A+3로 발전한 것이 EAS까지 낳았지만 이를 가속화 시킨 것은 중국이었다. 미국이 전략적 경쟁관계로 규정했듯이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영향력을 도모하기 위해 아세안에 적극적 눈길을 돌리면서이다.

여기에 일본의 제동과 아세안의 주도력이 가세해 중국의 시도는 한풀 꺾인 상태다. 매년 열릴 회의 주도를 아세안이 하는 것으로 결론 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생각과 대응이다. 자칭 타칭 아시아의 균형자로 꼽히는 미국을 배제한 채 탄생한 이 기구가 장차 어떻게 발전해 갈지 예의주시한다고 미국 쪽 논평들은 전하고 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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