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9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의 해외 참여업체로 미국이 아닌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유로콥터가 선정됐다. 국방부는 “사업목적에 부합되는 실리 위주의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대형 무기구매 사업에서 성능이나 가격에 앞서 한미동맹과 기존 무기와의 상호 운용성이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었던 전례에 비춰 매우 큰 변화다. 무기거래의 대미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돼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물론 한미관계의 특수성이나 무기간 상호 연동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미국 업체들은 이 같은 배경을 등에 업고 자국 무기를 구매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한국의 무기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게 공공연한 관행이다.
실제 2002년 공군 차기전투기 사업 당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이 1차 성능평가에서 미국 보잉사의 F-15K를 근소한 차로 앞섰지만 한미동맹관계와 미국의 로비를 고려하여 결국 보잉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는 이런 관행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무기거래에서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원칙은 기술이전과 가격, 성능 등의 조건이 얼마나 우리에게 유리한가 하는 것이다.
무기거래업체 다변화가 한미동맹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달 중 기종이 결정될 예정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만 KHP사업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작은 수송헬기가 현대전에서 적합한지,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헬기 시장에 한국이 진입할 여지가 있는지 등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독자헬기를 개발했지만 양산하지 않았던 것에서 보듯 헬기를 개발해서 기술만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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