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수익이 이자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보유자산을 가계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면서 다른 수익원 발굴 성과가 지지부진한 때문이다. 또 올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지만, 수익률 변동성은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제든 다시 수익이 나빠질 수 있어 불안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수익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수익 가운데 이자부문 대 비이자부문 이익의 비율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6대4정도였으나, 2000년 이후 7.5대2.5로 이자부문이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3ㆍ4분기에는 이 비중이 77%까지 높아졌다. 은행들의 이익 100원 가운데 77원은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수익인 셈이다.
전체 이익가운데 이자부문 비중이 높아진 것은 가계대출 등이 급증한데다, 가계대출의 안전성 때문에 순이자마진이 크게 확대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순이자마진은 1998년 2.61%에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2년 2.87%까지 상승한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1~9월에도 2.71%로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수익원이 이자부문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어, 경기 악화 등으로 대출자산이 부실해질 경우 은행권의 수익성이 요동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결과, 2001년부터 올 9월까지 국내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 표준편차는 0.44%포인트로 미국 상업은행 0.11%포인트의 4배에 달했다.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수익이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다.
한은은 특히 대손충당금적립액 등과 같이 은행의 영업활동과 관련성이 낮은 손익에 따라 은행 수익성이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올해 사상 최고의 순이익도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부실기업의 경영사정이 호전되면서 과거 쌓아두었던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환입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수익구조를 보면 이자 의존도나 수익률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며 “안전자산 위주 운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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