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을 실었던 사이언스가 논문 관련 의혹에 대해 공표했던 성명들을 종합해 보면 입장이 크게 선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측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번호를 매겨가며 추가 성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12번째까지의 성명을 냈는데 성명을 낼 때마다 방향을 조금씩 틀었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방향 수정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초기 성명에는 포함됐던 ‘논문 자체의 과학적 유효성’ 인정 발언들이 이젠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이언스는 줄기세포군 사진의 중복 또는 조작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12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논문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은 12월 9일 사진뿐만 아니라 DNA 지문과 관련해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도 해명해 줄 것을 황 교수 등에게 요청한 때부터 성명 문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이언스측은 12월 9일 성명에서 “우리는 황 교수에게 언론에 응답하지 말 것을 요구한 적이 없고, 제3기관에 의한 검증도 막은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진실 여부를 가리기는 어려우나 사이언스측이 재검증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만은 분명하게 감지되는 대목이다. 사이언스측은 그 동안 언론보도가 아닌 과학계 자체의 문제 제기만을 수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으나, DNA 지문과 관련된 해명을 요청할 때는 의혹 제기의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12월 13일 하루 동안 잇따라 나온 사이언스측의 성명은 재검증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시사한다. 우선 논문 공동저자의 지위를 철회해 달라는 섀튼 교수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황 교수와 섀튼 교수를 포함한 저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어 이안 윌머트 교수 등이 황 교수팀에게 공동 검증을 제안했음을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서울대와 피츠버그대만의 조사보다는 국제적 검증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여기에는 국제 과학계가 나서줘야 사이언스가 어떤 상황에서든 발을 빼기가 쉬워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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