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족법은 1952년 신민법 제정 당시부터 개정 운동의 대상이 되어 왔다. 가족법 개정의 목표는 법적으로 완전한 성 평등, 부부 평등, 자녀 복리를 실현하는 것이며, 동성동본 금혼 규정의 삭제와 호주제 폐지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이제는 좀더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으며,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현안은 이혼제도의 개선과 부부재산제의 개정이다. 부부재산제 개정의 핵심은 현행 부부별산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과 ‘배우자 선취분’의 도입이다.
최근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거나 아내도 자기 명의의 은행 계좌나 부동산을 소유하는 등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아직도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전업주부는 물론 육아 및 가사의 상당 부분을 혼자 감당하는 취업주부까지도 정서와 관습, 배우자의 반발 등으로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갖거나 주택을 구입하면서 공동명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갖지 못한 배우자는 유사시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담사례도 적지 않다. 50대 중반에 남편과 갑작스레 사별한 K부인은 남편의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억척스럽게 장사를 하며 모은 재산을 관례대로 남편 명의로 해 두었는데 남편이 사망하자 자녀 넷 가운데 딸 하나를 제외한 세 자녀가 각자의 상속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자녀의 요구대로 하려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나누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자신이 재산을 상속하고 자신의 사후 자녀가 남은 재산을 나누어 갖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노후를 설계했던 그녀의 꿈이 산산조각 나버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부부 사이의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부재산제에 ‘배우자 선취분’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이는 배우자가 정당한 자신의 몫인 부부 재산의 절반을 우선 갖도록 하는 것으로, 부부가 공동생활을 통해 재산 형성에 기여해온 데 대한 지극히 당연한 권리의 보장이다.
특히 관례적으로 재산의 명의를 우선적으로 남편 이름으로 하는 우리 현실에서 아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이다. 선취분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현행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배우자 선취분의 도입은 특히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현 시점에 더욱 절실하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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