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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컷 그림책 '종벌레 아저씨…' 펴낸 신동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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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컷 그림책 '종벌레 아저씨…' 펴낸 신동준씨

입력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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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자랑이다. 하지만 가끔은, 감춰두고 혼자 즐기고 싶은 책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추억이다.

느닷없이 벙그레 웃어도 보고, 심각한 척 우울한 척 인상도 지어보고, 선녀 연못 약도를 주운 노총각 나무꾼처럼 행복감에도 젖어 보고…, 그럴 수 있는 풍요로운 내면의 곳간. 일러스트레이터 신동준씨의 네 컷 그림책 ‘종벌레 아저씨 이야기’(가나출판사, 9,500원)가 그런 책이다.

그의 그림들은 어눌하다. 아름다움을 흉내내지도, 뭔가 감춰둔 척 뻐기지도 않는다. 금세 친해질 수 있는 친구의 얼굴처럼 다감하게, 그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림의 주인공은 곤충들이다. 연못에 사는 종벌레, 대벌레 부자(父子), 곱등이, 장구벌레, 소똥구리, 메뚜기, 하늘소…, 개과천선하는 ‘지네파’ 두목 왕지네도 있고, 파리며 바퀴벌레 바구미도 있다.

단순히 보자면, 그 녀석들의 좁은 세계에도 해와 달이 뜨고, 광대무변의 들판과 지평선이 있고, 꿈과 희망과 좌절과 슬픔이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이 추억처럼 감춰두고 싶은 책인 까닭은, 그 좁은 세계가 지닌 결코 좁지않고 얕지않은 감정의 층위와 그 굴곡의 완미함 때문이며, 요란하게 과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내면의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날개 없는 자의 비애를 안타까워하는 메뚜기에게 번지점프의 스릴을 자랑하는 곱등이의 당당한 자존심(‘번지점프’), ‘도롱이’ 고치의 오랜 외로움에 응답하는 참나무 도토리의 노크(‘도롱이 나방’), 숲속 좁은 공간이지만 몸을 낮추면 작은 둔덕도 하늘과 닿아 지평선이 된다(‘지평선’)는 가난하지만 적극적인 포만감…. 그 작은 깨달음의 끝은 엄숙하기보다 우습고, 그래서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어렵사리 찾은 지평선의 광활함(?)을 완상하는데 땅벌레가 불쑥 고질라 같은 머리를 내밀어 착시(錯視)를 일깨우는 식이다. 등의 점 무늬가 7개라 운명처럼 홀수에 집착하는 ‘칠성무당벌레’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홀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솔로! 그 외로움을 놀리는 ‘삐딱이’ 곱등이와 무당벌레의 슬프고 우스운 대화는 직접 확인 하시라.

이야기는 숲의 사계절과 곤충들의 생태에 어울리는 다단한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군데군데 곤충 생태에 대한 애정어린 정보들도 있다.

다 자란 뒤 나무 밑에서 만나자던 3년 전 어린 암수 장수하늘소의 약속…, 운명의 그날, 수컷은 마냥 기다리지만 숨어있던 암컷은 혼자 생각한다. “뭐야~ 저런 꼬마를 좋아했었다니!!(암컷의 몸집이 더 큰 경우가 많은 곤충세계)”

건망증 있는 다람쥐가 감춰둔 땅 속의 도토리가 싹을 틔워 참나무 숲을 이루듯(‘가을 인트로’), 외로운 어느 날 그의 어떤 이야기가 불쑥 찾아와, 추억처럼 우리를 행복한 ‘종벌레의 숲속’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림은 그의 홈페이지(www.bellbug.com)에서도 볼 수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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