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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학 발전, 시체도굴범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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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학 발전, 시체도굴범도 한 몫"

입력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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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도굴범이 없었다면 현대 서양 의학 발전도 없었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서양 의학계가 18~19세기 천연두 백신 개발과 조산(助産) 기술, 치과 시술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한 시체 도굴범의 공이 컸다”며 “이들이 부지런히 해부와 시술을 위한 ‘교육재료(시신)’를 댔다”고 전했다.

이 시기 런던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들은 산업화와 더불어 인구가 크게 늘었고 전에 없던 질병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어떻게 치료할 지가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 때만 해도 정식 의과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런던에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 수련의들은 스승의 등 너머로 배우는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 몸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원인과 치료 방법을 알 수 없는 법. 영국법은 사형수의 시신에 한해서만 해부를 허용했기 때문에 연구 및 실험 재료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 결국 의사들은 시체 도굴범과 손을 잡았다.

인적이 드문 밤 시체 도굴범들은 조성된 지 얼마 안된 무덤을 판 후 시신을 의사들에게 전달했다. ‘수고비’를 챙긴 것은 물론이다.

런던 국립외과대학 산하 헌터리안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시몬 채플린은 “정부 당국 역시 ‘치료 기술 개발이 급선무’라며 이들의 검은 거래를 눈 감아 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들이 시체 도굴범으로부터 얻은 시신으로 시술하다 붙잡혀도 벌금 10파운드만 내면 풀려날 정도였다.

반면 여론은‘잔혹한 범죄 행위’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윌리엄 헌터와 존 헌터라는 의사 형제는 각종 해부도와 해부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박물관을 만들었고 조지 3세, 샬롯 여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 까지 이 곳을 찾으면서 여론의 반발은 많이 누그러졌다.

부작용도 엄청났다. 처음에는 묻혀있는 시신을 파냈지만 돈벌이가 되면서 멀쩡한 사람을 죽여 시신을 파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졌다. 신선한 시신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며 1828년 한 해 동안 16차례에 걸쳐 연쇄 살인으로 저질러 영국인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윌리엄 버트와 윌리엄 헤어 이야기는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 필수 실험 재료인 ‘시신’이 없어 고민하는 현대 의학계 현실은 안타깝다. BBC는 영국 내에서 지난 5년 동안 시신 기증자가 670명에서 600명으로 줄었다며 “머지 않아 외과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들은 더 이상 ‘교재(시신)’없이 공부할 지경에 이를 지 모른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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