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두목에서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 노벨상 후보로까지 올랐던 미 흑인 사형수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51)가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최근 미 전역에서 사형 감형 운동이 일면서 생명 보존의 한 줄기 희망이 비치던 윌리엄스는 13일 새벽 0시1분 (현지시각) 24년간 복역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쪽 교외의 샌?틴 교도소에서 생을 마쳤다. 사형은 침대에 묶인 채 팔에 독극물이 주사되는 방식으로 집행됐다.
윌리엄스는 최근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죄 값을 치러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나에 대한 찬사와 혐오, 그 모든 논란이 이 시점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마음을 비운 심정을 토로했다.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 등 수천명의 사형 반대론자들은 교도소 부근에서 사형 집행 중지를 요구하는 인간 띠 잇기 운동을 벌여 그의 마지막 순간을 위로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빈민가 출신인 윌리엄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벗겨낸 대로 미국 빈민층의 애환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흑인 젊은이였다. 고교 시절 LA로 이주한 그는 LA에서 발생한 수 천 건의 살인ㆍ강도 사건과 연루된 갱단 크립스를 처음 조직했다.
윌리엄스는 1979년 모텔에서 일하던 대만계 일가족과 편의점 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81년 샌?틴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LA 검찰이 흑인 배심원들을 배제해 정당한 권리를 인정 받지 못했고 유죄를 자백했다는 증언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소를 거듭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고 LA 고등법원은 사형을 확정했다.
그의 삶의 극적 변화는 교도소에서 찾아왔다. 그는 24년의 수감생활을 통해 과거를 뉘우치고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했다. 청소년들에게 폭력 조직을 멀리할 것을 촉구하는‘감옥에서의 삶’이란 자서전 등 그의 저술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모범수 표창을 받았고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는 등 5년 연속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극적인 인생 드라마는 제이미 폭스가 주연한‘구원’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 등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영화배우 팀 로빈스 등 5만 여명의 시민들은 그의 사형을 면하게 해달라며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청원서를 보냈고 감형운동은 미 전역에서 불꽃처럼 번졌다.
윌리엄스가 형 집행을 면할 수 있는 길은 주지사의 사형 감형 특권밖에 없었다. 그러나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2일 “고심했지만 청원을 받아들일만한 정당성을 찾지 못했다”며 청원 수락을 거부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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