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11일 황우석 교수 논문과 관련한 의혹을 검증하기로 결정하면서 MBC 내부에서 PD수첩의 취재 내용을 방송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MBC가 이날 오후 최문순 사장 주재로 연 긴급 임원간담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놓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 검증 결정이 나오기 전 소집된 이날 회의는 사이언스가 황 교수에게 의혹을 해명할 것을 요청하는 등 재검증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났다고 MBC측은 밝혔으나 한 간부는 “현재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고 말해 PD수첩의 후속 보도 문제도 논의됐음을 간접 시사했다.
MBC 관계자는 “서울대가 검증을 하기로 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PD수첩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만큼 도대체 PD수첩이 취재한 내용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점은 분명 잘못이고 사과도 했지만, 이미 사회 문제로 비화한 PD수첩의 취재 내용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후속 보도에 부정적이다. 한 기자는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으로 회사가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고 아직도 ‘반 MBC 여론’ 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면서 “후속 보도 얘기를 꺼내는 순간, 더 큰 ‘역풍’ 을 맞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 간부도 “아직은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며 “후속 보도는 서울대 검증 진행을 보아가며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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