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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알자지라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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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알자지라를 위한 변명

입력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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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랍 TV 방송 알자지라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공세이다. 알자지라는 권위적 세력들_이슬람 성직자이건, 군부세력이건, 외세 침략자이건 혹은 시아파 고위 성직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이건 간에_과 특정 권력집단이 장악하고 있던 정보 독점을 붕괴시킨 매체이다.

미국은 2001년 아프카니스탄에 있는 알자지라 지국을 폭격했으며, 2003년 알자지라 소속 기자들이 유일한 숙박객이었던 이라크의 바스라 호텔을 폭파했다. 며칠 후에는 바그다드에서 알자지라 특파원 타랙 야요우브를 살해했다.

지난달 말 놀라운 영국 신문 데일리 미러는 2004년 4월 16일 부시가 백악관에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만났을 때 카타르의 알자지라 본부 폭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일급 기밀 문건인 부시_블레어 회동 비망록에 근거하고 있다.

피터 골드스미스 영국 법무장관은 국가기밀법을 인용하며 비망록의 어떤 부분도 보도되는 것은 불법이라고 위협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비망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당시 미국과 영국의 수뇌가 알자지라에 대해 심한 분노를 표출했음은 알 수 있다.

작년 4월 16일은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첫번째 대규모 공습이 있었던 기간으로 알자지라는 팔루자에서 현지 상황을 보도한 몇 안 되는 매체였다. 알자지라의 단독 화면들은 미 CNN과 영국 BBC 방송 등을 통해 전세계에 보도됐다.

당시 팔루자에서는 이라크 게릴라들의 저항으로 2주 동안 미 해병대원 30명이 전사했고, 약 600명의 이라크인이 죽었다. 이 중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알자지라는 참상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미군이 민간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임을 생방송을 통해 증명했다.

4월 11일 미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는 “의도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정치선전이며 명백한 날조 행위”라고 반응했다. 4월 15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사악하며 부정확하고 용서 되지 않는 방송 매체”라고 맹비난했다.

데일리 미러의 보도에 근거하면 바로 다음날 부시가 블레어에게 알자지라에 대한 공격을 제의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신문은 “부시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본부와 다른 곳에 소재한 지국들을 폭격하려 했음이 명백하다. 블레어 총리는 이런 부시의 생각에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중에 알자지라가 범한 잘못은 간단하다. 전쟁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알자지라가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라고는 해도 결코 ‘반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알자지라는 거의 모든 아랍 국가들에게 분노를 사고 있거나 심지어 축출되기도 했다.

알자지라가 알카에다의 선전매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미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알자지라의 가장 무서운 면모는 치열한 저널리즘에 있다. 부시_블레어 회동 비망록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전세계의 모든 언론이 도와야 한다.

미국의 알자지라에 대한 공세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의 미온적 태도에 힘입은 바 크다. 또 한번의 폭격과 희생을 치르고서야 진실이 보도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레미 스캐힐 미국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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