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원래 뒤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직업인데, 낯설고 쑥스럽기만 합니다.”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42) 감독이 또 ‘신작’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첫 산문집 ‘박찬욱의 몽타주’와 평론집 ‘박찬욱의 오마주’로 팬들을 만난다.
‘박찬욱의 몽타주’는 스크린에서나 가늠할 수 있었던 박 감독의 영화세계에 보다 근접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언론에 실렸던 칼럼 에세이 서면 인터뷰 등을 싣고 있다.
결혼 후 생계를 위해 영화사에서 광고 문안을 만들다가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일,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이 끝날 갈 무렵 “손익분기점이 서울관객 51만 명”이라는 제작자의 말을 듣고 까무러칠 뻔한 일, 가훈을 둘러싼 딸과의 따스한 일화 등 화려한 은막 뒤에 감춰진 그의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 감독은 “저의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한 자료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저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94년 발간되어 절판 된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롬’의 개정 증보판이다. 박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로 주목 받기 전 영화 월간지 스크린 등에 기고했던 평론을 모았다.
“과장된 형용사를 사용하는 등 눈에 띄게 오버한” 초판의 70편을 다듬고 새로이 55편을 추가해 125편의 영화 분석을 담았다.
박 감독은 ‘…비디오드롬’을 “무명 감독시절 돈을 위해 쓴 평론”이라고 애써 낮춰 말하지만 영화광들의 필독서로 여겨지고 있는 책이다. 현재 헌책 방에서 수 십만 원대에 거래될 정도다. “한 편 이라도 더 보기 위해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다”는 그가 두 번 이상 영화를 보고 분석을 한 만큼 작품의 대부분은 가히 박 감독 인생의 영화들이라 할 만하다.
박 감독은 “감독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입장에서 쓴 글이니 직업 평론가의 평론과는 아무래도 틀릴 것”이라며 “이미 본 영화라도 한 번 더 보기를 권하고, 묻힌 작품이라면 DVD로 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출판의 변을 대신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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