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제6차 각료회의가 13일 홍콩서 6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된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지난달 “목표 수준을 낮추자”고 제안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세부원칙을 마련하려던 당초 목표는 사실상 연기된 상황이지만, 칸쿤 회의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각료회의인 만큼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숨가쁜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박홍수 농림부 장관 및 외교통상부 농림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로 구성된 대표단 90여명은 12일 홍콩으로 출국했다. 협상은 농업, 비농업(공산품, 수산ㆍ임산물), 서비스 규범 등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회원국 간의 의견 차가 가장 첨예한 농업 분야에서는 수출국인 미국과 수입국 입장에 가까운 유럽연합(EU)이 맞서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EU보다도 적은 개방폭을 요구하는 G10(수입국 그룹)에 속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각 그룹의 견해 차가 워낙 커 이번에 관세감축 폭이나 관세상한 설정 등 구체적 수치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 소속 1,100명과 노동자단체 등 1,500명으로 구성된 한국민중투쟁단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WTO 체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합법적 방법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혀 현지 경찰과 격한 충돌은 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투쟁단은 13일 빅토리아 공원 결의대회 등 홍콩 각지에서 20여 차례의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농협도 정대근 회장을 비롯해 조합장 3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홍콩에 파견했다. 이들은 농산물수입국 단체 등과 연계해 DDA가 농산물수출국 주도로 진행되는 것을 저지할 계획이다.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 제4차 각료회의서 시작된 DDA는 광범위한 무역 자유화 협상을 목표로 출범했다. 개도국 경제개발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뜻에서 선진국 중심의 폐쇄적 ‘주고 받기’를 연상케 하는 ‘라운드’ 대신 ‘개발 어젠다(의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루과이라운드(UR)와 마찬가지로 모든 의제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진행, 모든 국가의 동의 아래 동시에 종결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상교섭본부 김동수 다자통상국장은 출국 전 브리핑에서 “각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 홍콩서 주요 분야의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서 세부원칙 도출시기에 관한 재합의 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WTO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