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특정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시각에 대법원이 그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4일 오후2시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행위를 한 때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78조 1항 제5호에 대해 8대 1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경중을 가리지 않고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자동차 범죄에도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명확성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같은 시각 대법원 1부는 여승객을 성추행한 택시운전사 유모(36) 씨에게 이 법조항을 적용해 운전면허 취소가 정당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헌재 결정이 예정된 법률 목록을 사전에 검토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전례가 없는 헌법기관의 충돌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법원 판결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법 47조 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이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어, 해당 법률은 11월 24일 0시부터 효력을 잃었고 그날 이뤄진 대법원 판결도 이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47조 2항은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시한 것이므로, 동시에 선고가 있었다면 대법원이 위헌법률을 적용해 판결했다고 볼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와 대법원의 선고 시각을 분 단위로 엄밀히 따져 어느 기관의 판결(혹은 결정)이 먼저 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대법원은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두 기관이 논의해 헌재가 선고일정을 대법원에 미리 알려주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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