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빈곤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9일 ‘노동시장 주요지표(KILM)’라는 보고서를 통해 밝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성적표다.
요점은 세계경제가 성장했지만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등 대부분의 저개발ㆍ개도국 지역은 실업문제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저생계비 아래에서 허덕이는 극빈층이 늘어난 지역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북미와 서유럽 등 부국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효과가 다른 개도국 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고용 측면에서 세계화의 단물이 개도국보다 부국들에게 치우쳐 국가 간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KILM 보고서는 노동참여율 고용 노동생산성 노동시간 임금 고용상태 등 20개 지수를 토대로 일자리의 ‘양과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는 얼마나 늘어나는 가를 나타내는 ‘고용탄력도’는 최근 성장의 고용 기여도가 크게 떨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고용탄력도는 국내총생산(GDP)이 1% 포인트 성장할 때 고용은 얼마나 늘어나는 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1999~2003년 GDP 1% 성장 대비 고용증가율은 0.3%에 불과했다.
고용 증가가 GDP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은 전체의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노동생산성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경제가 성장해도 3분의 2는 고용 없는 성장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이는 이전 조사인 1995~1999년의 0.38%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실업과 빈곤문제가 특히 심각한 곳은 아프리카와 일부 남미 국가들이었다.
남미는 1999~2003년 고용 증가세가 오히려 둔화됐으며,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440만 명이 늘어났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서 빈곤선인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극빈층은 줄어들지 않았다.
13억8,000만 명이 고용된 상태이나, 고용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 10년 전인 94년의 57%보다 더 떨어졌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농업 등 노동환경이 극히 열악한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은 고용의 양적 문제 못지 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동아시아는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곳이다. 북미나 서유럽으로 옮겨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서비스 업종의 강력한 성장을 발판으로 이들 부국들은 고용탄력도에서 북미가 0.57%, 서유럽은 무려 0.62%를 기록했다.
ILO는 “빈국과 개도국들은 일자리에 대한 선택이 폭이 없다 보니 생활수준의 향상이 뒤따르지 않는 고용만 늘고 있다”며 “세계는 단순한 일자리의 숫자가 아닌 생활 향상으로 귀결되는 내실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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