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대한항공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것은 국가경제 손실과 국민생활 불편 등 파업의 악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이후 결항률이 70%에 이르고 경제적 손실은 올 7, 8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의 5~6배를 넘어 파업 3일 10시간만에 비교적 신속히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때 정부는 파업 25일째인 8월1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대한항공은 임금협상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교섭실패→파업강행→재협상결렬→긴급조정’이라는 후진적 노사관계를 드러내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긴급조정권 배경 파업 이후 국민경제에 미치는 유ㆍ무형의 피해가 천문학적 금액으로 치솟았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대한항공 긴급조정 결정 공표문’에서 “대한항공의 항공수송 분담률이 수술입화물 48%, 국제여객 41%, 국내여객 65%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커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부는 또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물론 열린우리당으로부터 긴급조정권을 조기 발동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다. 노동부는 9일 오전 브리핑 때 “파업사태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현재까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이 완전 결렬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노동부는 특히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시작되자 “억대 연봉인 조종사들이 근로여건 전체를 다루는 단체교섭도 아닌 임금인상을 놓고 국민의 발을 묶는다”는 비난 여론이 많았다.
향후 전망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회사측은 앞으로 15일간 조정기간을 갖게 된다. 노사 양측은 조정기간에 협상을 자율타결하지 못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를 받는다. 중노위의 직권중재안은 임금협약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이번 파업으로 대한항공의 대외신인도는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대한항공마저 파업을 해 한국 항공산업의 국제 신인도 추락 가중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신인도 추락에 대한 책임공방까지 염두에 두면 대한항공 노사는 신뢰회복에도 상당 시일이 필요하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의한 사태 해결방식은 앞으로 노정, 노사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은 물론 내년 초로 예정된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긴급조정권 발동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남발해 노사, 노정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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