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자유무역협정(FTA)의 시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려 300여 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세계교역의 절반이 FTA 역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4개월 전 동남아국가연합과 자유무역협정(ACFTA)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칠레와 또 하나의 FTA를 성사시켰다. 일본 역시 지난 5월 말레이시아와 FTA를 사실상 타결지은 후 곧바로 칠레와 FTA협상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FTA추진에서 간과해선 안 될 점이 바로 에너지 문제다. 단순한 교역확대 차원 아닌, 자원시장의 선점 차원에서 FTA를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지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것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 협상국가 선정에도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종합적인 로드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원유 수급의 원활화를 위해서라도 산유국들과 먼저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산유국과 FTA협상은 지금이 호기라면 호기다. 물론 산유국 간에도 종교적, 경제적 입장 차이가 크고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WTO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일괄협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투자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기술력의 한계와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우리나라 같은 외국자본이 비집고 들어갈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더구나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전자제품, 휴대전화 등은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IT 및 토목건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TV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걸프 지역 국가들과 개별협상이라도 더는 미룰 수는 없으며, 특히 현재 최적의 투자기회를 맞고 있는 서북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과의 FTA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동 경제와 FTA의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변국들보다 한발 앞서 교역우위를 다지고, 세계 대규모 지역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데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변용범 평택대 경상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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