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갖고 있다고 위협한 정신 병력이 있는 승객을 항공보안관이 사살한 사건을 놓고 미국 내에서 과잉 대응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7일 오후 2시10분(한국시각 8일 오전4시10분) 129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소속 보잉 757 여객기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을 이륙하기 직전 일어났다.
이 여객기는 콜롬비아의 메데인을 출발,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가던 중 마이애미에 중간 기착한 상태였다.
코스타리카 출신으로 미 시민권자인 리고베르토 알피자르(44)는 기내 복도에서 양팔을 흔들고 뛰면서 자신의 배낭 속에 폭탄이 들어 있다고 외쳤다.
기내에 있던 항공보안관들은 즉각 탑승객 전원에게 꼼짝하지 말고 엎드릴 것을 명령했지만 알피자르는 배낭을 만졌다. 결국 보안관 중 한 명이 4, 5발의 총격을 가해 그를 사살했다.
이 사건은 9ㆍ11 테러 이후 도입된 항공보안관이 실탄을 발사한 첫번째 사례가 됐다.
목격자들은 당시 알피자르의 아내가 그의 뒤를 쫓고 손을 흔들며 “내 남편이다. 조울증 약을 먹지 않아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보안관들의 총격을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배낭 안에는 폭탄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언론들은 사살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항공 소위원회 위원장인 존 미카(플로리다ㆍ공화) 의원은 8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기에서 위협을 가하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보안관의 행동은 적절했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아내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대화를 갖지 않고 바로 총격을 가한 것은 보안관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을 쉽게 발사해 다른 승객도 위험에 빠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 키워드/ 항공보안관
미국 공항 보안관(Air Marshal)은 국토안보국 소속의 비밀 요원이다. 선별적으로 미국 내 상업용 비행기에 탑승해 비행기 납치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임무를 띤다.
이들은 필수적으로 사격술과 위협 대처술 등을 교육 받는다. 1968년 첫 실시 후 2001년 9ㆍ11 테러 전까지 33명에 불과했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현재 그 수가 수 천 명에 이르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미국은 미 영토를 지나는 모든 국제 항공기의 항공보안관 탑승을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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