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기국회도 기어코 볼썽사나운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 국회 본회의장 주변은 몸싸움과 욕설로 난장판을 이뤘다. 여야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뒤엉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사립학교법개정안은 여당 의원들의 호위 속에 김원기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 상정돼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표결 처리됐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우리 국회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한심한 구태를 되풀이 하게 된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여야는 사립학교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진정한 협상보다는 각자의 정체성에 집착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협상 과정에서 정치력 빈곤을 드러내 한나라당의 설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사학비리를 막기 위해 추진된 법안에 반대만 했는데 이는 명분이 약하다. 최근 40% 대의 지지도를 얻고 있는 한나라당이 다수 국민의 의견보다는 지지기반인 보수층만 의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려되는 것은 사학법개정안의 강행처리로 몰아칠 정국경색이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새해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8ㆍ31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 중요 안건을 대부분 연말 임시국회로 넘긴 상태다. 여야의 강경 대치가 길어지면 임시국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이 행여 사학법개정안 처리에 고무돼 임시국회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당은 적극적으로 정국 수습에 나서 임시국회 운영에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발목잡기로 일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전열을 재정비해 임시국회에 응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국 경색과 대치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여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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