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지난달 말 영국 웨일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나타나 2주간 영어 개인교습을 받았다.
평소 영어 구사력이 떨어진다며 퇴임하면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밝혀왔지만 대도시 유명학원을 제쳐놓고 잉글랜드와 접한 시골 마을로 찾아 든 것은 다소 의외다.
슈뢰더 전 총리가 등록한 과정은 찰스와 앤 잭슨 부부가 히싱턴에서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팍 하우스’ 영어학교의 개인교습반. 소그룹으로 나누어 속성 영어강좌를 제공하는 곳이다. 1인당 수업료는 895파운드(약 160만원). 18세기 고풍스런 건물인 숙박시설은 비용이 1인당 1주일 560파운드(약 100만원) 정도다.
이들 부부는 “BMW 등 독일 대기업 간부들이 찾은 적은 있지만 총리 같은 거물급 인사를 학생으로 받기는 처음”이라며 “그는 매우 편안하고 매력적이며 우수생이었다”고 말했다. 또 슈뢰더가 “전혀 거들먹거리지 않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스터디 그룹의 일원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슈뢰더는 대부분 시간을 영어 공부에 할애했지만 여가시간에는 평범한 영국인들처럼 시골 마을들을 구경하고, 주점을 찾아 포도주를 마시며 영국의 전통과 문화를 즐겼다. 슈뢰더가 자주 찾은 단골집인 캐슬 호텔의 주인 니키 심슨은 “떠날 때까지 그가 슈뢰더 전 총리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슈뢰더 일행은 조용히 앉아 생맥주 대신 포도주를 마셨으며 매우 정중했다”고 말했다. 슈뢰더는 영어공부를 마치고 7일 독일로 돌아갔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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