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국제대회 이틀째인 9일 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몇몇 ‘386인사’들이 북한 인권상황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는 이날 열린 북한인권개선전략회의였다. ‘강철서신’의 저자로 주사파 출신인 김영환(시대정신 편집위원)씨가 발제자로 참여했고,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씨도 발제문을 제출했다.
서울대 82학번인 김씨는 1986년 ‘구국학생연맹’을 결성해 주체사상을 학생운동권에 전파하고 91년에는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90년대 중반까지 NL(민족해방)진영의 핵심으로 인식되던 인물이다. 김씨는 이후 사상을 전향, 신자유주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김씨는 이날 현재의 북한을 “사회주의 요소는 거의 붕괴하고 개인독재로 굴러가는 마피아형 군사독재 체제일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또 “북한정권은 좌파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타도해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좌우를 떠나 모든 한국인이 북한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서울대 동기로 85년 미문화원을 점거했다 구속됐던 함씨 역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인식변화를 소개하며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함씨는 “80년대에는 북한에는 최소한 광주학살과 같은 폭력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90년대 통일운동을 하면서 가까이서 본 북한은 환상 속의 이상사회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함씨는 “나라를 거덜내고 주민을 굶주리게 한 지도자가 비판 받는 것에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며 “이번 대회가 북한의 정치지도자를 당당하게 비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함씨는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설명없이 불참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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