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가죽을 쓰고 있었다’‘체니 부통령이라기 보다는 테레사 수녀가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미 워싱턴포스트가 8일 6개월 전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긴 폴 월포위츠(사진) 전 국방부 부장관의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을 전하면서 덧붙인 평이다. 네오콘의 이론가이자 이라크전의 설계자로 통하던 월포위츠 총재가 7일 행한 연설에서 세계를 빈곤으로부터 구하자는 ‘복음’같은 얘기로 일관하고 이라크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월포위츠 총재는 연설에서 마치 이라크전과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는 듯이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 고아들, 하루 1달러 이하로 연명하는 12억 명의 인류를 비통해하면서 세계은행의 ‘고귀한 임무’를 역설했다. 월포위츠 총재의‘과거와의 단절’시도는 “나는 부시 정부를 위해서 아니라 전세계 184개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면서 “부시 통령의 해외지원은 충분치 않다”고 공격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월포위츠 총재가 새 일자리를 즐기기에는 그가 이라크 전에 남긴 족적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는 “이라크전 이후 평화정착을 위해 수십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빗나간 얘기다”“이라크인들은 미국을 해방자로 환영할 것이다”“이라크전 수행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가정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어느 것 하나 들어맞은 것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0대 3’이라고 표현했다.
연설이 시작되기 전 행사장 밖에서 볼 수 있었던‘월포위츠는 대량살상무기’라고 적힌 시위 피켓부터가 심상치 않았지만 연설이 끝난 뒤의 분위기도 못지않게 냉랭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월포위츠 총재는 “이라크전에서의 내 역할이 세계은행에서의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강변했고 이라크전 정보 오류에 대해선 “나는 당시 정보 공동체 밖에 있었다”는 궁색한 변명 속에 숨어야 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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