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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올해의 디자이너賞 수상 손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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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올해의 디자이너賞 수상 손정완

입력
200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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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디자이너상 손정완- 패션, 명함보다 먼저 자기를 표현해주는 것

유신 체제가 서릿발 같던 1970년대 말, 빽바지가 아니면 입지 않았다. 향수와 굽 10cm이상 하이힐은 필수품이었다. 미대를 다녔으나 멋내기가 전공이라고 해도 좋았다.

졸업할 때, 화실을 차리기는 싫고 결혼하기는 더 싫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국제복장학원에 등록했다. 의류 회사 다니는 친구의, “그림 했으면 패션 감각은 타고난 셈”이라는 말에 솔깃했던 것.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적하는 몇 안 되는 파워 브랜드의 주인공, 손정완(46)씨의 출발이다.

8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2005 서울패션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그가 수상했다. 한국패션협회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사실상 패션계의 한 해 장사를 총결산하는 자리.

손씨는 침체 일로인 국내 하이패션 업계서는 드물게 백화점 명품존에서 당당히 해외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며 선전, 올해 디자인 성취도와 패션 산업 기여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손정완의 논현동 사옥 쇼룸에서 손씨를 만났다.

- 축하한다.

△고맙고 얼떨떨하다. 사실 내셔널 브랜드의 경우 연간 매출 1,000억대를 넘어갈 정도로 인기 브랜드가 많은데 내게 상이 돌아온 건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다.

- 디자이너로 활동한지도 이제 20년 남짓 된다.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은.

△80년대 중반 ‘뼝뼝’이라는 브랜드의 햇병아리 디자이너로 2년 근무했다. 좀 나이든 아줌마 브랜드였다. 요지 야마모토, 레이 카와쿠보, 장 폴 고티에 등 전위적인 디자이너들한테 홀딱 빠져있던 때였는데, 사내 품평회에 ‘뼝뼝’과는 전혀 상관없는 온갖 야릇한 옷들을 내놓았다가 선배 디자이너들의 눈밖에 났다. 갖은 구박과 미움을 받다가 결국 그만 두고 손정완 부티크를 차렸다. 내 마음대로 해보고 싶었다.

- 당시만 해도 브랜드 이름으로 외국이름 붙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굳이 해외 물 먹은 듯한 이름 붙이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직장 생활을 2년간 했어도 옷 해 입고 노느라 한 푼도 못 모았다. 결국 엄마한테 1,500만원을 꿔서 87년에 압구정동에 10평 남짓한 가게를 얻었다. 신나서 일했고 친구들의 아지트 노릇을 톡톡히 했다.

- 백화점 매장이 24개에 이른다.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놀랄만한 급성장이다.

△당시 한양쇼핑이 갤러리아백화점으로 변신하면서 참신한 브랜드를 찾던 중에 나에게 입점을 제의했다. 황공하게 받아들였고 장사도 잘됐는데, 그 다음엔 삼풍백화점에서 손짓을 했고…. 그런 식으로 계속 확대됐다.

사실 부티크 브랜드가 24개 매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너무 많다. 줄이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백화점측에서 빼줄 생각을 안 한다.

- 백화점 명품존에서 해외브랜드에 비해 손색이 없는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안다.

△고객들에게 너무 고맙다. 사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이너’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트렌드를 잘 읽고 손정완의 캐릭터와 접목시켜야 한다. 그건 파도타기처럼 위태롭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서 매력 있다.

손정완은 개인적으로 여성을 더 여성스럽게 만들어주는 브랜드이고자 한다. 고급스럽고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든 여자든 성적인 매력이 중요하다.

-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비법은 있을까.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명품이라면 무조건 좇는 무식한 명품 세대는 이제 지나갔다. 소비자들이 싼 것과 비싼 것을 적절히 섞으면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시대다.

디자이너 캐릭터와 브랜드 이미지 등을 제대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우리’의식이 강한 민족 아닌가. ‘우리’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패션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 당신에게 패션은 도대체 뭔가.

△명함 보다 먼저 자신을 표현해 주는 것. 예쁜 얼굴로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스타일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다. 그만큼 자기 표현 수단으로서 패션은 중요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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