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들이 올 한 해 1,709건이나 되는 입법발의를 했지만 가결한 법안은 4.2%인 72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동발의 형식으로 이름만 얹어가는 등 ‘건수 채우기’식의 무성의한 법안제출도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월1일∼12월7일 조사한 ‘17대 국회의원들의 입법발의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하고, “의원 1명이 평균 5.7건의 법안을 발의한 데 비해 평균 가결건수는 0.24건밖에 안 되는 등 법안발의가 남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발의된 법안의 53%(906건)는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대 국회의 올 한 해 평균 발의건수는 15대와 16대 국회가 4년간 각각 1인 평균 3.8건과 7.0건을 기록한 데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법안 발의자로 여러 명의 이름을 동시에 올리는 ‘품앗이식’ 공동발의가 급증, 법안발의가 형식에 흐르고 있다.
최다 공동발의자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올 한 해 765건으로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법안을 공동발의했지만 대부분 미가결로 남아 있다. 공직자 재산형성과정의 소명을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 법률안’(김한길 의원 대표발의)도 공동발의자가 185인으로 과반수 이상이어서 법안 상정과 본회의 통과가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가결되지 않고 있다. 최다 공동발의자는 엄 의원에 이어 안상수 의원 452건, 박재완 의원 436건, 김재원 의원 390건, 이인기 의원 371건 등으로 한나라당 의원 5명이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의원 개인 입법발의 건수는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결건수는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이 4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가결률로는 김형주ㆍ이방호ㆍ정세균 의원이 100%를 기록했다.
개인 평균 발의건수를 보면 초선의원이 재선 이상의 의원보다 두 배 많았고,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가결률은 지역구 의원이 5.2%로 비례대표 1.9%보다 높았다.
경실련은 4건 이상 법안을 발의하고 가결률이 20% 이상인 조일현ㆍ노현송ㆍ이목희ㆍ김태홍ㆍ신학용ㆍ정봉주ㆍ전병헌ㆍ우제창ㆍ양형일ㆍ김현미ㆍ한광원ㆍ송영길ㆍ박순자ㆍ박상돈 의원 등 14명을 우수의원으로 선정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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