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논란 때문에 MBC의 등급은 B에서 C로, 아니 그 이하로 추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하는 것인가?
남을 판단하고자 하면 먼저 자신에게 보다 엄정해야 하거늘, 언론이 생명윤리는 감시하면서 자신의 윤리는 무시하다니, 학자에게 있어 명예는 곧 생명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혹시 DNA 검사를 과거사 진상규명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그러니 이제는 시청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언론을 감시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 세상에서 제일 흥미 있는 구경거리가 있다면, 가해자가 역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 있다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원망하지 않고 자기 모습 또한 흩트리지 않는 것이다. MBC는 여론의 몰매를 때리고 또 여론의 몰매로 두들겨 맞았으니, 앞으로 조금은 성숙해질 것이다.
문제는 황 교수이다. 그가 억울하게 당하고서도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예전처럼 자신의 갈 길을 간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영웅이 될 것이다. 허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노와 좌절의 문턱에서 무너져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면 그는 영원히 패배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황 교수 자신은 물론 MBC,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황 교수의 모델은 다름 아닌 이순신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 이순신이 임금을 원망하고 나라 일에 분개한 나머지 백의종군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름에 “불멸”이라는 수식어가 붙겠는가?
이순신의 위대함은 일차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룩한 눈부신 공적에 있었지만, 그가 진정 모두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신을 저버린 임금과 나라에 대해 한마디 원망도 없이 백의종군하는 모습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의당 바람이 세차고, 언덕 위에 도시를 세우면 세상 모두가 바라보게 되니 무엇이든 드러나기 마련 아닌가?
생명공학의 목적이 생명을 위함이라면 죽음조차 맛볼 각오가 되어야 하거늘, 어찌 쉽게 좌절한단 말인가? 하늘나라의 비밀을 훔치기가 그리 쉬운가? 인간을 위해 신으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어떤 고초를 겪었던가?
그가 병상에서 일어난다면 그를 시기하는 자들도, 그를 성원하는 자들도, 그리고 양자를 지켜보는 자들도 모두 함께 일어날 것이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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