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파괴하면 역사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보존하고, 그리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주경기장 보수 공사의 책임자인 폴크빈 마르크는 8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독일 월드컵의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곳은 1936년 올림픽이 개최됐던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이다.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했고, 여감독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 올림피아의 무대가 됐던 곳이다. 우리에겐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가 월계관을 쓴 장소로 기억된다.
내년 6월 개막식을 앞두고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은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무려 2억8,300만 달러에 달한다. 새 경기장을 짓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다.
독일이 굳이 이 장소를 택한 것은 “독일이 과거사 문제에 관해 얼마나 많은 진전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월드컵은 1990년 독일통일 이후 최대의 국제행사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전문지 키커의 라이너 홀츠스커 편집장은 “관중석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흥이 나지 않는 경기장”이라고 혹평한다. 공사관계자들도 “그리스시대 야외경기장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으로 바꾸는 것 만큼이나 복잡한 공사”라고 혀를 내둘렀다.
1998년 베를린시 상원은 이 같은 논란을 모두 알고 월드컵 주경기장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시 당국은 경기장 내에 사실상의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관중들은 좌석으로 가기 전에 전시실을 통과하게 돼 있다. 이곳에는 나치가 어떻게 스포츠를 체제홍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놓여진다.
독일 정부는 통일 후 베를린으로 재 천도한 뒤에 나치 유물을 보존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독일 연방 재무성은 과거 나치 공군사령부에 입주했고, 외무성은 연방은행자리에 들어서 있다. 이 같은 건물의 로비에는 어김없이 나치 시절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담당 설계사 미셸 뤼에그는 “우리 공사의 목적은 나치가 스포츠를 전쟁 준비 수단으로 간주했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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