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기업 자금 중개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자금 중개기능 약화의 원인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국내 일반은행의 총 대출금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7.2%에서 49.5%로 상승한 반면, 산업대출 비중은 72.8%에서 50.5%로 감소했다.
산업대출의 경우에도 도ㆍ소매, 음식ㆍ숙박업, 부동산업 등의 민간 서비스업 대출 비중은 1995년 11.5%에서 2005년 6월 현재 19.0%로 크게 증가한 반면 제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40.9%에서 20.0%로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건전성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기업 대출과 신용 대출을 축소하고 가계 대출이나 담보 대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외국 자본의 국내은행 인수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입도 기업대출 약화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보다 가계 대출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은행이 기업의 자금 중개자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공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출채권담보부증권제도, 중소기업구조조정 펀드 등과 같은 신용파생상품시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의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의 국내 진입이 내국계 은행의 효율성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 자본을 육성, 정부소유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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