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혼한 37살 성공한 직장 여성(우마 서먼)과 갓 대학 나온 23살 풋내기 남자(브라이언 그린버그)의 사랑. 성(性)의 절정이라는 ‘37-23’의, 그 막강한 자장(磁場) 속으로 남자의 엄마(메릴 스트립)가 개입한다. 영화 ‘프라임 러브’는 이 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을 성숙케 하는 것들과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케 하는, 다분히 고전적인 테마의 영화다.
자칫 도식적일 수 있는 영화의 서사는 뉴욕이라는 공간의 미(美)적 활기와 뉴요커들의 감각적인 유머로 하여 아슬아슬하게 어필한다. 그러니 이 영화의 묘미는 전체로서가 아니라 신(scene)으로, 테마로서가 아니라 가볍게 던지고 받는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에 있다 함이 옳겠다.
극장을 나선 두 친구의 대화.
-우마 서먼(‘라피’역) 신발 봤니? 맨 처음엔 굽 없는 뮬(뒤 트인 샌들)을 신고 나오더니 단화에 운동화…, 대충 8번쯤 바뀌데. 하이힐은 딱 한 번, 스튜디오 장면에서 나와.(그는 키가 무려 183㎝라고 한다.)
-남자 주인공과 그의 덜 떨어진 친구가 입고 나온 옷도 인상적이더라. 샤넬 짝퉁 로고 티셔츠나, ‘NEW YORK’을 ‘ZOO YORK’이라고 새긴 옷 같은 것들…. 한 마디로 ‘애들‘이라는 거지. 37살과 23살의 막막한 간극이 좁혀졌다 넓혀졌다 하는 과정을 서사보다는 그들의 옷차림을 통해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더군. 이를테면 물감 묻은 낡은 청바지와 스타일리시한 원피스 패션의 차이, 힙합과 재즈의 차이!
-뉴욕이라는 공간적 배경이었기에 가능한 거라고 봐. 그들이 툭툭 던지는 농담들-‘섹스 앤드 시티’ 풍의-도, 브루클린 다리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스쳐가는 배경들처럼 그 자체로 ‘뉴요커의 로맨스’만이 지닌 묘한 느낌을 주잖아.
-다른 건 모르겠고…, ‘라피’의 심리 상담사로 나오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대단하더라. 이혼녀의 새로운 사랑을 적극 응원하다가, 그 상대남이 바로 자기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뒤의 갈등의 내면연기 표정연기 대사 연기…. 과연 매력적이야.
-그런데, 감독(벤 영거)이 찾고자 했다는 ‘사랑을 완성하는 마지막 1%’가 뭐라는 거야? 원래 사랑이라는 게 1%, 아니 10%쯤 부족해야 좋은 거 아냐?
-그게 철 없는 소리라는 거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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