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84.6%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경제발전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닌 것을 익히 알 응답자들이 굳이 ‘경제 중시’쪽으로 답한 결과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 없이 제기된 민생경제의 어려운 현실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 그리고 국정을 책임진 위 아래 사람들이 재삼 새겨야 할 일이라는 점은 지나쳐서 안 된다.
조사 결과 중 정치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해 있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건,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건 다 마찬가지’(68.0%)라거나 ‘정부가 하는 일들이 올바르지 않다’(78.8%)는 생각이 국민 사이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유달리 역점을 두어 온 선거구제 개편이나 국가보안법 개폐, 대북 지원 문제 등에서도 정부의 의지나 방향과는 반대되는 의견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국민 다수가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며, 정부의 각 분야 정책이 잘못 수립됐거나 무리하게 시행되고 있음을 말해 주는 지표들이다.
여기서 정부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이해찬 국무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1988년 이후 구조적으로나 현상적으로 가장 안정돼 있다”고 강변했다고 하니 정권 내부가 얼마나 독단에 빠져 있는지가 너무도 선명하다.
이 총리는 또 “사회갈등 요소가 많이 해소된 데다 외교 관계나 남북관계도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는데, 어느 하나 가닥이 제대로 잡힌 것 없는 지금 이 말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느 정부와 정권도 국민과 유리돼 나 홀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