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영주 "재즈 매력에 클래식 버렸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영주 "재즈 매력에 클래식 버렸죠"

입력
2005.12.07 00:00
0 0

“왜 딴따라 음악을 하느냐?” 피아니스트 송영주(32)가 재즈에 안착하기까지는 녹록하지 않았다. 정통 클래식을 전공했으니 거기 안착할 것이라는 부모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한 대가라면 대가다.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본격 재즈 공부를 위해 유학 가는 데 골몰해 있던 딸을 보다 못 한 어머니는 그렇게 쏘아 붙였다. 2003년 맨해튼음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까지 온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출연 중이던 클럽 포스터스(Poster’s)에까지 모친을 데려 갔던 게 실수였다.

“네 음악이 술집 음악이냐? 이럴 줄 알았으면 유학 안 보냈을 거다.” 지청구를 듣다 못 한 그는 “재즈도 클래식처럼 자기 문화가 있다”며 버텼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그러나 달랐다.

“재즈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걸 해서 행복하다면, (네 선택을) 이해한다.” 이후 연주자 비자(artist visa)를 얻어 뉴욕을 주무대로 본격 클럽 연주에 뛰어 든 데에도 부친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프로 연주자들과의 클럽 연주와 재즈 피아노 레슨, 편곡 작업 등을 겸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가 지난 9월 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했을 즈음 출반한 회심의 첫 앨범 ‘Turning Point’는 국내 재즈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국악 리듬인 5박자, 7박자 같은 사물놀이의 변박이 재즈에도 기막히게 녹아 들 수 있음을 보여준 곡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때늦은 국악의 가치 발견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유학생활에서 이뤄졌다.

“한국 재즈의 전환점이 되자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죠.” 키스 자렛이 보여주는 팀워크, 브래드 멜다우의 리듬감 등 스스로가 꼽는 두 거장에 비기자면 너무 나간다 싶은 제목이란 건 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재즈에 뛰어 든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만든 만큼 애착이 더 간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99년 처음 접한 피아니스트 브레드 멜다우에 완전 매료됐어요. 클래식, 록에서 재즈까지 아우르는 음악에로의 꿈 말이죠.” 그게 클래식을 버리고 재즈로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내년 1월에는 그의 앨범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발매된다. 아직 재즈역사와 저변이 일천한 국내 재즈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 내쉬빌의 음반사 마쉬와 맺은 1~3집 출반계약의 첫 결실이다. 그 때까지 그는 국내에 머물며 서울대 숭실대 등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