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둘러싼 한ㆍ일 특허분쟁이 다시 시작됐다.
삼성SDI는 최근 일본 마쓰시타와 자회사 파나소닉이 PDP 핵심기술인 ‘패널 및 구동회로’와 관련한 자사의 특허를 9건 침해한 혐의로 미국연방법원에 제소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PDP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이번 제소는 최근 일본에서 ‘삼성견제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후지쓰가 보유하고 있는 9개의 PDP 관련 특허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 그 해 6월에 ‘크로스 라이선스’(특허상호실시허락)로 접점을 찾았다. 또 지난해 11월엔 마쓰시타가 LG전자를 대상으로 PDP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올해 4월 역시 크로스 라이선스로 해결됐다.
삼성SDI는 이번 소송과 관련, “지난 1년간 마쓰시타와 9차례에 걸쳐 특허관련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협상이 결렬돼 법원의 판정을 얻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삼성SDI가 세계 PDP 패널시장에서의 1위 지위를 굳히려는 기선제압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PDP 패널 시장에서 삼성SDI는 점유율 29.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라이벌인 마쓰시타(27%)와 LG전자(25%)가 뒤를 쫓고 있다.
삼성SDI가 미국법원에 제소한 것은 미국의 PDP 패널 수요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데다, 이곳에서 법정소송을 벌여 승소할 경우 특허와 관련한 공정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PDP TV시장은 전세계 PDP TV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일본 경쟁업체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 고위 당국자가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놓고 “삼성의 경영권에 변화가 오는 2010년을 삼성타도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분발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등 일본의 삼성견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에대해 “오랜 기간의 신중한 검토를 통해 마쓰시타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기업의 기술과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려는 차원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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