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쿠자(폭력조직)과 연계해 오사카(大阪) 등지를 거점으로 소매치기 행각을 벌여온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형 남녀 혼성 소매치기단이 한일 양국 경찰의 공조수사로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외사수사대와 오사카경시청은 7일 일본 원정 소매치기단 ‘배사장파’ 두목 배모(44)씨와 부두목 심모(37)씨 등 국내 소매치기 일당을 비롯해, 오사카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사카우메구미’의 고문 다무라 니시데요(62)씨 등 17명을 특수절도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정모(38)씨와 김모(30ㆍ여)씨 등 남녀 행동대원 6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가 부산교도소와 청송보호감호소를 출소한 뒤 2000년 결성한 배사장파는 사카우메구미의 비호 아래 최근까지 5년여 동안 120여회에 걸쳐 일본에 건너가 지하철역과 백화점 등에서 소매치기를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4~5명씩 또는 10여명씩 조를 이뤄 한 번 일본으로 건너가면 1억원을 목표로 소매치기를 하며, 현지 합숙소 등에서 생활하다 돌아왔다. 행동대원들은 대부분 절도 전과자들로 국내에선 얼굴이 알려져 범행이 어렵자 일본 원정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14명이나 포함돼 있다.
현재 양국 경찰이 파악한 범죄 횟수는 78회, 피해액은 9억2,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 등 혐의 입증이 어려운 소매치기 범죄의 특성상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조직원 합숙소 제공 및 범행 거점 등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범행 수익금의 10%를 사카우메구미에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수익금 가운데 10%는 소위 ‘사고’(경찰 검거)에 대비해 변호사 비용 및 국내 가족생활비 등으로 적립해왔다.
경찰 조사결과 배사장파는 속칭 ‘사장’(범행 지휘자) ‘기계’(소매치기 기술자) ‘바람잡이’ ‘안테나’(망보는 사람) 등 7개 하부조직으로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각될 경우에 대비해 생선회칼과 가스총 등으로 무장했으며 실제 일본 경찰과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소재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위조여권을 사용했으며, 밀항 브로커를 이용해 자유로이 부산 남구 감만동 7부두를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배사장파 조직원의 출입국 현황과 입출금 거래내역 등을 비롯해 오사카 백화점과 지하철 등에서 찍힌 범행사진,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일본 경찰로 넘겨받아 정밀 분석한 끝에 일본 원정 소매치기단을 찾아냈다. 이번 검거는 한일 양국이 공조수사를 통해 범죄조직을 대거 적발한 첫 사례로 꼽힌다.
경찰은 일본 야쿠자 조직들이 배사장파 이외에 또 다른 국내 조직과도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야쿠자 조직은 24개로 알려져 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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