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이 일반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이미 윈도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 내 PC에서 뭔가를 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하기 쉽지만 결론은 ‘아무 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본 설치되어 있는 윈도 메신저와 윈도미디어플레이어(WMP)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앞으로 6개월 내에 다른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소개해주는 ‘메신저 센터’와 ‘미디어 플레이어 센터’가 윈도 업데이트 형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더라도 원하지 않으면 설치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새로 PC를 구입하거나 윈도를 따로 구입하려는 경우에도 별 다른 불편은 없을 전망이다. MS는 수정된 윈도를 출시하도록 6개월(180일)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공정위로부터 받았다. 다른 업체의 메신저· 미디어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소개해주는 기능만 더한 윈도 업데이트 제품은 2~3개월 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6개월후 새 버전의 윈도 출시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시중에서 윈도 제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윈도를 탑재한 PC가 팔리지 않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마저도 MS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본안 소송이 벌어지는 향후 3~4년간은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유보되므로 걱정할 일이 못 된다.
결국 MS가 입을 타격 역시 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330억원의 과징금 역시 지난해 유럽연합(EU)이 MS에 부과한 6,400억원대의 과징금에 비하면 20분의 1에 불과하다.
서버용 윈도의 경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디어서버 프로그램의 끼워팔기가 전면 금지되면 WMP를 이용한 실시간 동영상이나 음악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들의 경우 6개월 후부터는 미디어서버 프로그램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MS 역시 한국 시장에 맞춘 서버용 윈도를 재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번 결정은 MS와 소비자보다 관련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MS가 앞으로 발표될 윈도 제품에 타사 제품을 소개하는 메뉴를 추가할 경우, 여기에 먼저 들어가려는 메신저 및 미디어플레이어 업체들간에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만 해도 이미 5~6개의 메신저 서비스와 10여개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업체들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짜로) 윈도에 자사 프로그램이 포함되거나 혹은 인터넷을 통해 바로 내려 받을 수 있는 링크 아이콘만 추가되어도 해당 업체에는 엄청난 시장 기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특히 미디어플레이어의 경우 애플의 ‘아이튠즈’(iTunes) 처럼 유료 음악 콘텐츠의 구입·판매 경로로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연간 2,000억~3,000억원대의 엄청난 수익이 내재해 있다. 메신저 역시 아이템 판매와 공동 마케팅·광고로 거두는 수익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MS가 법정 투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를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 MS, EU·美서도 '끼워팔기' 제재 받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는 미국, 유럽연합(EU)의 제재와 큰 차이가 없다. EU집행위는 2000년 윈도미디어플레이어(WMP) 끼워팔기 조사에 착수해 지난해 3월 경쟁법 위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4억9,700만 유로(6,40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끼워팔기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에 MS는 결정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나 가처분신청은 기각됐고 현재 취소 소송이 심리 중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1997년 MS가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끼워 파는 등 부당한 독점력을 행사했다고 연방법원에 기소해 ‘끼워팔기 금지’ 및 ‘회사 분할’ 명령을 얻어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이 2001년 시장독점 혐의를 기각하고 끼워팔기 부분은 파기 환송해 사실상 MS에 면죄부를 줬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는 소를 취하하고 2002년 윈도 화면에 IE 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도 함께 보이도록 하는 선에서 양측 간에 타협이 이뤄졌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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