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사권 조정' 갈등/ 여당 겉으론 "원안 관철", 속으론 "정부案 본 뒤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갈등/ 여당 겉으론 "원안 관철", 속으론 "정부案 본 뒤에"

입력
2005.12.07 00:00
0 0

열린우리당이 6일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당의 표면적 기류는 ‘원안 관철’이다. 때문에 조정안에 대한 검찰반발에도 불쾌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지도부도 검찰에 대한 원칙적 대응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이대로라면 8일 의원총회에서 이 안이 당론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오영식 원내 공보부대표는 7일 브리핑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은 시대 흐름과 국민 요청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적 판단으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며 “검찰의 의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 수사권조정기획단 의원들도 검찰 반발에 여당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태도다. 검찰과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이달 안에 제시될 정부안을 보고 난 뒤 최종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정안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라면 검찰과 정면 충돌해가면서까지 원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다. 전병헌 대변인이 “검찰의견을 들어보고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 조성래 조정안기획단장은 “원안을 당론으로 정하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검찰 주장에도 일면 일리가 있다”며 “특히 검찰은 경찰과의 협력관계라는 문안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해 수정 여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강하게 나가되 정부안이 제시되면 당정협의나 야당과의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수정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는 “이번 조정안 자체가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에 수사권을 주자는 청와대 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애드벌룬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검찰 분위기 "정치권, 말 잘듣는 檢 원해"

정상명 검찰총장은 7일 열린우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 가진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수사권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하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중립은 검찰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검찰의 지휘권’을 강조하며 “경찰이 법률상 의무가 있는 일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법률에 근거해 지휘하라. 일선에서 소신껏 일하면 나머지 문제는 총장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경찰과 대등ㆍ협력관계란 있을 수 없으며 정치권의 정략적 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검에서는 이날 수사권 조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검찰총장과 차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수시로 열렸다. 일선 검사들은 집단행동을 할 경우의 역풍을 우려한 듯 드러나는 행동을 자제한 채 “총장 등 수뇌부의 대응을 지켜보자”는 관망자세를 유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들은 6일 밤 회의를 갖고 ‘여당 안 절대 수용 불가’라는 의견을 상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경찰 분위기 "시대 요청…검찰 수용해야"

경찰은 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 데 대해 “검찰이 조직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시대 요청에 따른 개혁인 만큼 수용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선 조직적인 대응이나 적극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자칫 상대를 자극하면 잃는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보단 여당안이 내란ㆍ외환 등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중대 범죄에 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등 일부 후퇴한 대목에 대해 경찰 요구를 관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청 김학배 기획수사심의관은 “검찰에 대한 소모적인 대응보다는 경찰 의견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민에게 수사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면 인권보호가 후퇴한다는 검찰의 논리에 대해선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맡는 이중장치로 오히려 인권이 보호되고 사건처리가 빨라져 국민 편의도 증대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차피 검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미치지 않는 사건은 경찰이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선동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