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나연(29)씨는 주말마다 함께 사는 시부모님과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게 취미가 됐다. 맞벌이 생활을 하다 보니 주말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지만,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주말이 한결 여유로워진 덕이다.
지난 달에는 결혼 후 처음 남편과 함께 주말용 호텔 패키지도 즐겼다. 김씨는 “휴일이 하루 늘었다고 매주 거창한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전적, 시간적으로 무리”라며 “대신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다니거나 시내 호텔 등에서 한가로이 분위기 잡는 재미가 늘었다”고 말했다.
주5일제가 본격 시행되면 여행 레저업계가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말에 ‘거창한 여행’보다는 ‘조용한 당일치기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의 서비스업활동동향 등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주5일제 확대 시행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10월 음식점 호텔업 등의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콘도업 여행업 등은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부진했다.
업무일수가 줄면 직장인들의 외식 횟수가 덩달아 감소, 음식점이 고전하는 반면 여행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10월 음식점업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3.2% 늘어나며 3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 등 일반 음식점업 매출은 6.6%나 늘었고 ‘장기 불황을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던 피자 치킨 분식집 등 기타음식점업 매출도 3.4% 뛰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5일제 시행으로 직장에서 밥을 먹는 횟수는 줄었지만 주말 가족 외식이 늘면서 이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베니건스’ 마케팅센터 양문영 팀장은 “과거에는 젊은 직장인 고객이 많았지만, 주5일제가 확대되면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종로 명동 강남역 등 ‘사무실 촌’에서 서울 도곡동과 분당 일산 등 주택 밀집지역 중심으로 대형 레스토랑의 주력 상권이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숙박업도 성격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10월 전체 숙박업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4.6% 늘었다. 이 중 식음료가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호텔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뛴 반면, ‘짐 싸서 떠나는’ 이들을 위한 콘도 운영업은 5.5%나 감소했다.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여행업(여행알선, 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도 2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2.8%)을 보이면서 오히려 주춤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직장인들의 업무상 회동이 호텔 식당의 주 타깃이었지만 요즘은 목요일 저녁이면 직장인 관련 매출이 마무리되는 추세”라며 “대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오는 이들이 많아져 평일보다 30% 가량 저렴한 주말 특선 가족메뉴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인 영화 및 유원지ㆍ테마파크 매출도 전년 동월대비 각각 23.2%, 14.1% 증가했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 문권순 과장은 “경기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의 소득은 크게 늘지않다 보니 값비싼 여행 대신 시내에서 소소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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