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 사는 람 레디(66)씨 가족은 최근 5번째 승용차를 구입했다. 자신과 부인, 자녀 2명이 승용차 한 대씩을 갖고 있지만 가족들이 다 함께 탈수 있는 큰 차가 필요해서다. 레디씨는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토요타의 고급 밴 이노바를 2만3,000달러에 할부 구매했다. 이는 인도인 평균 소득(미화 500달러)의 46배나 되는 큰 금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매년 7~8% 높은 경제성장으로 중산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도에서 부(富)의 상징이 10년 전 냉장고에서 자동차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비문화가 고도화하면서 인도가 엄청난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과거에는 길 거리에서 피아트나 앰버서더 차량 만이 눈에 띠었지만 지금은 인도산 저가의 마루티에서부터 롤스로이스에 이르기까지 10여종의 다양한 차량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며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시장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연소득 2,000~4,500 달러인 인도 중산층 인구규모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한다. 전체 11억의 인구 중 20%가 중산층인 셈이다. 중산층이 늘면서 이들의 구매력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레디씨는 “젊은층의 주머니 사정이 풍족해지면서 소비욕구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늘날 인도의 중산층에게서 한 세대 전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친 마하트마 간디의 근검절약 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요즘 세태다.
이젠 소비가 미덕이다. 뉴델리나 뭄바이(구 봄베이) 등의 쇼핑가를 둘러 보면 변화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젠 휴대폰이나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은 일반 가정의 필수품이다.
인도의 휴대폰 가입자수는 매달 200만명 꼴로 늘고 있다. 또 보톡스와 일본 초밥집, 루이비통 핸드백은 여성들의 주요 관심사다. 신용판매와 신용카드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24세의 여성 변호사인 카르틱 메타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상품과 고급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최저수준의 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도 최근 인도의 소비 붐을 이끄는 주요 동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중산층의 급증하는 소비문화의 이면에서는 연간 150만 명의 유아가 설사병으로 사망할 정도로 빈부차가 심해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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