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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운 날 썰매타고 학교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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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운 날 썰매타고 학교가기

입력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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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도 어머니는 다섯 자식 모두 마당에서 세수를 하게 했다. 뜨거운 물은 쇠죽가마 옆의 큰 무쇠솥 안에 있다. 알루미늄 대야에 뜨거운 물 한 바가지와 찬물 한 바가지를 받아 마당으로 나온다.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시골집 부엌이 좁지도 않은데, 부엌에서 세수를 하지 못하게 했다. 할아버지만 사랑마루 끝에 세숫물을 갖다 드린다. 바깥 날씨가 추우니 소매를 겨우 팔 중간까지 걷고 어푸어푸, 눈 깜짝할 사이에 세수를 마쳐버린다. 비누 세수는 절차가 복잡하니 생략한다. 목도 씻는 날보다 안 씻는 날이 더 많다.

세숫물을 마당에 획 뿌리고 얼른 댓돌 위로 올라와 방문을 잡으면 내가 문고리를 잡는 게 아니라 문고리가 덥석 내 손을 잡아 이끌 듯 손이 문고리에 짝 달라붙는다. 대관령 아랫동네라 바람도 여간 세지 않다.

학교 가는 길옆의 개울이 꽁꽁 얼어 있다. 책보따리를 등 뒤로 묶고 개울 따라 썰매를 타고 학교로 간다. 썰매를 학교 마루 밑에 잘 감춰두었다가 집으로 올 때 다시 타고 온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만으로도 나날이 즐거웠을 것 같은데, 그때는 또 나날이 지겨워 언제 방학을 하나,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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