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기 전에 삼성전자를 눌러라.”
세계 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이 2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 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굳건한 입지를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를 강화, 메모리를 바탕으로 추격해 오는 삼성전자를 조기에 눌러 앉힌다는 전략이다.
노어플래시 1위인 인텔은 6일 이 분야 3위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의 기술협력과 공통설계를 골자로 한 ‘노어플래시 표준화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내년 1분기에 상호교환이 가능한 노어플래시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마이크론과 함께 ‘IM플래시 테크놀로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세계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질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강력한 선전포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정확히 인텔과 반대 입장이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양 사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낸드플래시ㆍD램 등 메모리 분야를 바탕으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LSI 사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 등을 강화, 2010년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 오른다는 목표다.
노어플래시에 있어서도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S램+로직+노어플래시 인터페이스’의 퓨젼 메모리반도체인 ‘원낸드플래시’로 노어플래시를 대체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낸드 플래시는 낸드의 대용량화 장점과 노어의 빠른 속도를 갖춰 장차 휴대폰의 노어플래시를 대체하는 캐시카우(Cash-Cow)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텔-ST마이크로의 노어플래시 기술협력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항해 노어플래시 진영이 힘을 결집해 공동으로 방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3분기 인텔의 노어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28.2%이고 ST마이크로는 14.4%로 양사의 점유율은 42.6%에 이른다. 인텔과 ST마이크로는 막강한 시장점유율과 기술협력이란 두터운 장벽을 세워 삼성전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노어플래시가 가장 많이 쓰이는 휴대폰에서 낸드플래시의 추격은 노어플래시 진영에 큰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메모리에서 노어는 58%의 점유율로 낸드(12%)를 월등히 앞섰지만 올해는 노어 35%, 낸드 20%로 그 차이가 현격히 줄어들었으며 내년엔 노어 19%, 낸드 22%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메를린치증권은 이날 ‘글로벌 및 한국 반도체 산업 전망’에서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7.5%로 증가한 반면 인텔은 15%로 낮아졌다”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으로 내년에는 양사의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어플래시·낸드플래시
반도체는 사람의 두뇌에 비교할 때 정보의 기억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ㆍ플래시ㆍP램 등)와 암산과 추론 등 정보 처리ㆍ연산기능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PC의 중앙처리장치)로 나뉜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끊어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플래시는 셀을 수직으로 배열하는 구조여서 소형화 대용량화가 가능해 다양한 모바일과 전자제품의 저장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노어플래시는 셀을 수평으로 배열하기 때문에 대용량화가 불가능한 대신에 읽기 속도가 빨라 휴대폰의 메모리로 많이 사용된다. 원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퓨전반도체로 낸드의 대용량화 장점과 노어의 빠른 속도를 갖췄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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