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상승속도가 너무 빨라 외환당국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올초 100엔 당 1,010원대로 출발한 원ㆍ엔 환율은 최근 85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화값이 1년도 안돼 18%나 올라 1998년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이 기간에 15%나 하락해 달러당 121엔선에 이른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문제는 이런 추세가 꺾이기는커녕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엔화 약세를 초래한 요인들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제로금리’를 고수하는 일본과 달리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4.5%를 웃돌 전망이어서 금리격차에 따른 ‘달러 매입, 엔 매도’ 포지션이 강화되는 게 첫째다.
또 일본 통화당국이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엔화를 많이 찍어내는 반면, 기업들은 달러 베이스의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3일 폐막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엔화 급락을 방관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달러당 130엔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탓도 크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무역흑자가 더욱 늘고 외국인 주식매입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가 하면 수출업체들의 달러매각까지 겹쳐 원ㆍ달러 환율이 올들어 1,030~1,040원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ㆍ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콧노래를 부르는 반면 미국 등지에서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나 대일 수출업체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물론 우리가 주요 부품과 소재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가 이로운 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이 계속되는 것은 국내 산업육성이나 대일 적자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외환당국이 섣불리 개입할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시장동향은 왜곡됐다”는 외환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여 그 맥락을 잘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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