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연말ㆍ연초 정기 인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다면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사고과를 마무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예년보다 소폭 증가한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에 따라서는 최고경영자(CEO) 교체나 재벌 2~3세 체제로의 경영권 굳히기도 예상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공화국 논란과 안기부 X파일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삼성그룹은 정기인사 연기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매년 1월 초ㆍ중순 계열사 CEO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실적 80%, 주가 수준 10∼20%, 우수 인재채용 10∼20% 등의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뒤 인사를 해왔다.
그러나 인사 규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에 맞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전무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월이면 승진 4년차가 되는데다 일본 소니와의 합작회사인 S-LCD 등기이사로 참여,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LG그룹은 이 달 하순부터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LG는 이미 각 임원들의 자기평가서를 받아 실적 및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컴 등 통신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부회장이 신설된다는 말도 나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임원에 대해서는 수시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창업 1세대인 박정인 전 현대모비스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김무일 현대INI스틸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는 등 세대 교체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어 대대적 인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ㆍ관리직 임원에 대해서는 이 달 말 정기 인사가 이뤄질 예정인데 올해 두드러진 성과를 낸 수출과 해외 사업 부문에서 대폭 승진 인사가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해 SK㈜ 주총 이후인 3월에 실시했던 임원 인사를 1월로 앞당겨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만큼 임원 승진인사를 예년보다 늘리고 내년도 사업 기조인 ‘글로벌’과 ‘성장’에 걸맞게 능력 있는 인사들을 대거 중용할 방침이다. 또 그룹의 경영 이념인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하기 위해 계열사간 임원급 인사 교류도 이뤄질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통상 2, 3월에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롯데그룹은 내년 정기인사에서도 그룹 부회장인 신동빈 정책본부장을 주축으로 한 ‘2세 체제 굳히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정기 주총과 함께 임원 인사가 이뤄지는 포스코의 경우 강창오 사장의 임기가 끝나 재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지배구조개선과 투명경영 등 그룹의 전반적인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두산그룹의 경우 거물급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지에 대해서도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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