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회사원 H씨는 최근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시세보다 3,000만원 가량 싸게 계약했다. 기쁜 마음으로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제까지도 없었던 가압류(5,000만원)가 생긴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전 소유자의 부도로 가압류가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최악의 경우 H씨는 가압류를 한 사람에게 3,000만원을 물어 줄 수 밖에 없다. 다만, 전 소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이른바 ‘급매물’을 샀다가 손해를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바겐세일(bargain sale)’이라는 단어 대신 통용되고 있는 말이 ‘급매물’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급매물로 처분한다’는 것이 싸게 판다는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빨리 처분한다’는 얘기일 뿐이다. 그러나 매도자가 서두르다 보면 약간 밑지고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급매물은 무조건 싸다’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급매물에는 예기치 않은 ‘하자’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덜컥’ 계약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대개 ‘부동산 급매물’이라고 하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우선, 소유자가 파산이나 부도 위기에 처해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 등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급하게 처분하는 매물이다.
이 경우 계약 당시에는 권리상의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고 나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권리관계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물건인 경우 매수인 입장에선 중도금 없이 잔금으로 한번에 지불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잔금을 줄 때에는 선순위 권리관계(압류 가압류 등) 이상유무를 해당 등기소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이민을 가거나 지방으로 이사 가기 위해 급매물로 처분하는 매물이다. 마지막으로,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급하게 처분하는 매물이다.
이런 경우는 법률적인 위험성이 별로 없는 우량물건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급매물을 살 때는 하자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하며 소유권 이전절차를 신속하게 마치는 게 중요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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