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소형 아파트 값과 맞먹는 고가 TV는 누가 사가나.”
10월 중순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80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TV세트와 장식장만 해도 1억3,000만원, 홈시어터까지 포함한 패키지 가격은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초 고가제품이어서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인 71인치 PDP TV(일명 금장TV)를 8,000만원에 내놓았던 터라 ‘경쟁사의 콧대를 꺾고 세계 제일의 제품 개발능력을 자랑하려는 과시용일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들 ‘왕TV’가 실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출시 때 미국 썬마이크로의 스콧 맥닐리 회장과 중동부호 10여명이 선 주문한 80인치 TV 주문량이 최근 늘었다. 특히 이탈리아 축구영웅 로베르토 바조(38)와 영국 축구구단 첼시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부호인 로만 아브라모비치(38)를 비롯한 유럽 부호들의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TV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방법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 오고 있다”며 “내년 초반께 제작해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일제히 배달해 ‘월드컵 이벤트’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71인치 PDP TV도 지금까지 200여대가 팔렸고 400여대의 주문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10월에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에서 금장TV가 전시된 뒤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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