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학술원 최고령 회원으로 법학자이자 한국상고사학자인 최태영(崔泰永) 박사가 지난달 30일 밤 10시, 10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장례는 빈소가 차려졌던 경기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서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2일 발인했다.
유족은 아들 원철(77.의사)씨, 딸 정철(70)씨와 사위 서권익(70..변호사)씨. 최 박사의 부음은 고인이 가족에게 “주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고 유언함에 따라 뒤늦게 알려졌다.
1900년 황해 장련 출생인 고인은 1954년 학술원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회원직을 유지해온 유일한 학자로, 역대 학술원 회원을 통틀어 최고령이다.
24년 일본 메이지(明治)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이듬해 보성전문(고려대 전신) 교수로 취임, 첫 한국인 법학 정교수가 됐으며, 이후 서울법대 등에서 50년 동안 상법과 헌법, 민법, 국제법, 행정법, 법제사를 강의했다. 58년 중앙대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특히 광복 후 법전 편찬위원 등을 맡으면서 상법과 민법 등 대한민국 법과 고시령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서울대와 부산대의 설립에도 참여했다. 상법 관련 국내 첫 저작인 ‘현행 어음 수표법’을 비롯, ‘법학개론’ ‘신(新)민법총칙’ 등의 책을 냈으며 77년 ‘서양 법철학의 역사적 배경’으로 학술원 저작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또 한국과 중국의 법철학 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고대사에까지 관심을 넓혀 ‘한국상고사’ ‘인간 단군을 찾아서’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 등을 저술, ‘재야사학계의 대부’로도 널리 알려졌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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