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만 총통선거의 전초전인 3일 대만 지방선거에서 보수야당인 국민당이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에 압승을 거둬 대만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양안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긴 민진당의 정국운영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중국이 대만의 내정에 끼어 들 여지가 한층 커졌다.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의 주요언론들은 4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국민당 광승(狂勝)’ ‘3대 접전지인 타이베이(台北), 이란(宜蘭), 자이(嘉義)현(縣) 석권’등 제목을 뽑았다.
국민당 후보들은 23개 현ㆍ시 가운데 전체 유권자의 20%가 거주하는 타이베이 현을 포함 14곳에서 승리함으로써 남부 거점지역인 타이난(台南)현 등 6곳의 승리에 그친 민진당과 대조를 보였다. 야당 연합세력인 친민당과 신당, 무소속 역시 반(反)여당 표가 몰리면서 3곳에서 승리하는 약진을 보였다.
민진당은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쑤전창(蘇貞昌) 민진당 주석은 이날 선거결과 발표직후 참패를 시인한 뒤 주석 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들은 이번 선거가 천 총통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천 총통이 내세운 대만독립론은 크게 위축되는 반면, 3차 국공(國共)합작과 대 중국 협력론을 내세운 국민당의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진당은 천 총통의 최 측근 인사가 연루된 거액의 정경유착 비리사건이 터진 뒤 내분이 일면서 개혁을 뒷전에 미뤄왔다. 결국은 개혁을 내세워온 집권당이 국공내전 이전의 보수야당보다 도리어 수구(守舊)적인 모습을 보인 게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국민당 승리의 공은 올 8월 롄잔(連戰) 전 주석으로부터 주석직을 넘겨받고 이번 선거운동을 총괄 지휘한 마잉조우(馬英九) 주석에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수도 타이베이의 시장이기도 한 마 주석은 “국민당이 민진당을 눌렀다기보다는 민진당이 패배를 자초한 것”이라고 몸을 낮추며 당 쇄신에 더욱 매진할 뜻을 밝혔다.
국민당은 이번 선거전에서‘중국에 대한 관계개선이 대만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참신한 메시지로 경제계로부터도 지지를 얻었다. 국민당은 ‘신(新) 국공합작’ 노선이 오랜 야당 생활을 끝내고 6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크게 고무돼 있다.
중국은 흡족한 모습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리웨이이(李維一) 대변인은 “우리는 선거결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양안관계가 계속 안정과 평화 속에 발전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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